문수성지 여기가 입구
걸어온 길을 뒤돌아봤다.
간발의 차이로 거사님을 놓쳤다. 그저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공양 올릴 쌀을 10kg를 가져오려 했었는데... 그 무게를 지고 절대 못 올라간다. 그나마 4kg라 다섯 발자국 걷고 쉬고 걷고 쉬고
그렇게 도착
그리고 이 곳부터 시작되는 계단
눈이 이만큼이나 쌓였네. 발로 콕콕 쳐보니 깡깡 얼어있다.
올라오면서 까마귀떼 만나고서 도착!
먼저 비로전에 인사부터 드렸다. 가운데 비로자부처님, 좌측으로 대행보현보살, 우측으로 대지문수보살
문수사리최제일♥
정진방에 짐 내려놓고, 보궁의 기도정진 시간은 24시간 365일 이렇게 끊임이 없다.
이제 적멸보궁으로 갑니다.
눈찜질 중이신 용님
사람들은 용이 상상의 동물이라는데, 아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이다. 잘 안보여서 그렇지.
참배객이 많아서 괜히 하늘만 찍기
눈으로 뒤덮힌, 부처님 사리 모셔졌을 것 같은 동산
집에서 6시 반에 출발했는데 우리집이랑 영가 100일 기도 신청하고 나니 화엄성중 기도가 다 끝나버린 11시였다.
참배객들이 우르르 쓸려 나간다. 나도 일단 공양하고 참회기도 때 다시 올라와야지.
다시 올라와서 조용한 틈을 타 108배 하고
12시 반부터 참회기도, 정진기도 다 하려고 안내려갔는데 4시쯔음 생리 현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려갔다.
보살님이 내려갈 때 공양간에 가져다 달라는 공양물도 양손에 양껏 들고 내려가느라 서두르기도 어려웠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시여 이 신성한 부처님 성지에서 실례를 범하는 일을 제발 저에게 허락하지 마소서.
그리고 방광에게 깍듯하고 예의있게 제발 조금만 참아달라고 부탁하며 내려감.....
다행히 참혹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왠지 느낌에 종종 사람들이 큰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제발 이 곳에서는 참아주세요. 참으면 참아져요. 부처님 성지잖아요.
저녁예불하러 다시 오름
등불 겸 스피커
초가 너무 예뻐서 찍었는데 잘 안보인다. 보궁의 양초는 살짝 안으로 말리면서 얌전하고 고요하게 잘 탄다.
9시 원력기도 시간. 하루 머물다 가는거니까 기도는 빠짐없이!
다같이 108배 하고 금강경 독송하고 석가모니불 정근 오대광명 이산혜연선사 발원문까지.
스님이 염불도 잘하시고 잘 이끌어주시더라. 몰입이 더 잘 되는 것 같았는데, 혹여나 음성에 현혹된 것은 아닌지 관찰도 해보았다.
내려가는 길
자잘한 눈발이 쉼없이 날린다.
어찌나 눈이 별빛처럼 반짝반짝 거리는지 역시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다.
자는둥 마는둥 다음 날 새벽 2:45 기상 새벽예불 올리러 가야지.
새벽예불은 3:30이지만 올라가는데 20분은 걸리고 헐떡거리며 예불할 수는 없으니 미리 가야한다.
새벽종성을 꼭 들어야겠다며 굳세어라 보궁으로 올라갔는데 비구니 스님 염불소리도 멋있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고요한 마음이 들여다 보인다.
2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고, 참으로 여법했다.
내려와서 아침공양 후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온다.
풍경을 남기도록 하자.
어느 절이나 이 시간에 도량 밖에서 돌아다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좋아.
9시 사시불공 드리러 올라가는 길
어제 오후부터 끊이지 않는 눈발
신나는 사시불공
그저 성지순례만 하다 가는 것일까봐 순간순간 열심히 정진했다.
그리고 옛적부터 끊임없이 스님들이 이런 신성한 곳을 지켜오신 것이 대단하고, 다행으로 느껴졌다. 승가에 깊이 귀의하며 또 감사합니다. 이 곳에 계신 스님네들도 바른 길로만 가시고 정진, 공부 잘하셔서 꼭 불도를 이루시기를 두 손모아 발원합니다. _()_
예불 끝나고 다같이 도량 눈쓸기 울력
난 절에서 설거지하고 도량 청소할 때가 그렇게 신명나고 좋더라.
안녕히 계세요.
오대산 까마귀는 영특하더라. 어제 올라오면서 과자를 줬더니 두 마리가 푸드덕거리면서 따라오는데
과자 봉지를 봐서 그런건가. 무튼 눈도 새까만게 너무 예쁘다.
다 내려왔다. 엉엉 이제 가야돼...... 늘 그렇지만 절에 오면 집에 가기 싫다.
아쉬움이 커야 다음에 또 오지..... 여운과 아쉬움이 크게 남는 적멸보궁이다.
정말 안녕히 계세요.
오대산 오자마자 계속 문수사리최제일을 중얼거리면서 그렇게 찾아댔는데
친견하지는 못했지만 문수보살 디카법문 잘 듣고 갑니다. 다음에 올 땐 좀 더 성장해서 올게요.
종무소 보살님이 아이젠 빌려주신다고 했는데 나는 괜찮다고 했다. 후회했다.
이런 길을 1.1km나 어그적 거리며 울면서 내려갔다. 앞 사람의 발자국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멀리 상원사에서 들리는 눈 치우는 소리에 나는 살아서 내려왔음에 그제야 안심했다.
내려오자마자 멧돼지 가족이 올라가는 장면을 목격.... 하마터면 산 속에서 혼자 멧돼지 만날 뻔 했다.
상원사 문수보살
사진에는 없지만 우측으로 제석천왕도 계셨다.
월정사도 들르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 다음을 기약하며
티티몽아 밤새 춥지는 않았니 이제 집에 가자.
정진 잘 하다가 갑니다. 감사합니다. 머지 않아 또 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