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만일 나와 같이 벗이 되려는 사람이 있거든
남녀노소, 현우귀천(賢愚貴賤)을 묻지 말라.
또한 친하거나 성글거나 떠났거나 합했거나
멀거나 가깝거나 선배이거나 후배이거나를 가리지 말고
모두 함께 길을 가라.
사람은 저마다 제각기 한없는 보배 창고를 가지고 있어
부처와 같으니,
다만 모자란 것은 선지식의 바른 배움을 만나지 못해
삼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일생을 부침(浮沈)하는 것일 뿐이니라.
벗을 인도하라!
세상에 어찌 저절로 태어나는 미륵이 있을 것이며
어찌 저절로 된 석가모니가 존재하랴!
부처님의 가르침
수행자는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마음을 닦아야 한다.
그러나 큰 깨달음을 위해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씨앗이 생장(生長)을 하려면 물과 흙과 빛이 꼭 필요하듯이
반드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지옥의 쓰레기
사람이 자기의 성품을 알지 못하고
"성인(聖人)의 경계는 내 분수에 맞지 않다" 하니
가련하도다!
이런 사람은 지옥의 쓰레기밖에는 되지 못하리라.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를 하는 사람은 마음 움직이지 않기를 태산과 같이 해야 하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허공과 같이 해야 하며,
지혜로 불법(佛法)을 생각하기를 해와 달같이 해야 하며
남이 나를 옳다고 하든 그르다고 하든
곧은 마음을 끊지 말라.
다른 사람이 잘하든 잘못하든
내 마음으로 예단해 참견하지 말고
좋은 일을 겪든지 좋지 않은 일을 당하든지
항상 마음을 편안히 하고 무심을 유지하라.
또한 바보같이 지내고 병신같이 지내고
벙어리같이, 소경같이, 귀머거리같이, 어린애같이 지내면
마음에 절로 망상이 사라지리라.
일의 자세
항상 어떤 일을 앞에 두고 오래 생각하라.
그 일의 모양새가 어떠하며 모양이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큰가, 작은가, 누른가, 푸른가.
밝은가 어두운가를 항상 호기심으로 궁구(窮究)하라.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신중하게
닭이 알을 품듯이 따뜻하게
늙은 쥐가 쌀독을 쫓듯이 진지하게
항상 마음을 집중하여 오래 생각하라.
언제나 이 뜻을 잊어버리지 말고 의심하라.
일을 하더라도 항상 의심을 놓지 말아야 하며,
멍하니 있을 때라도 의심해야 한다.
또한 정성을 다해 일을 하면 필경에는 내 마음을 깨달을 때가 있을 것이니
부디 신심(信心)을 잃지 말고 정진하라.
나를 쳐라
스님께서 마정령 밑에 초동들이 떼를 지어 노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얘들아, 내가 누군지 아느냐?"
"모릅니다."
"그러면 나를 보느냐?"
"예, 봅니다."
그러자 스님께서 "나를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보느냐?"
하면서 지팡이를 주며
"너희들이 만일 이 지팡이로 나를 치면 과자값을 듬뿍 줄 것이다" 라고 하자
그 가운데 영리한 아이가 앞으로 나와서
"정말입니까?" 하고 지팡이고 스님의 머리를 치자 스님이 또
"나를 쳐라!" 하니 아이가 또 쳤다.
"그런데 어찌 나를 치지 않느냐? 만일 나를 친다면 부처도 치고 조사도 치고
삼세제불과 역대 조사와 천하 노화상을 한 방망이로 치게 되리라."
스님의 말에 아이가 화를 벌컥 내며 말하기를
"이미 쳤는데 치지 않았다고 하시니 스님이 우리를 속이고 과자값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게 아닙니까?"
그러자 스님이 돈을 주면서 이르기를
"온 세상의 혼탁함이여 나만 홀로 깨어 있구나.
숲 아래 남은 여생 그럭저럭 보내리라" 하였다.
바늘과 실
한 사람은 수미산 위에서
아주 가는 실을 산 아래로 내리고
또 한 사람은 밑에서 바늘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러나 강한 회오리바람이 불어,
실이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가 정말 어려웠다.
이와 같이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난 것은
바람 부는 곳에서 실을 바늘에 꿰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 나를 쳐라(세상을 치는 경허 스님의 죽비소리!) - 만해 한용운 엮음, 석성우 스님 옮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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