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생은 없다
년초에 수덕사에서 경험했던 환희심으로 출가생각이 잠시 들었으나, 다음생에 남자로 태어나 출가하고싶다는 생각이 줄곧 들었다.
그런데 문득, 내가 다음생에 태어나고싶다고 한들 과연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들께 들었던 말씀 중에 인간 몸 받기가 무척 어렵고 소중한거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이번 생이 마지막인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게으르지 않고 수행정진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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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인간 몸 받기가 어느 정도로 어렵다고 하셨느냐 하면, 손에 한줌 흙을 쥐시고
"아난아, 이 손안에 든 흙이 많느냐, 아니면 땅위에 있는 흙이 더 많느냐?" 라고 물으시자
이 때 아난존자가
"세존이시여, 그건 비유할 수조차도 없이 땅위에 있는 흙이 많지 않습니까," 라고 대답하자
다시 부처님께서
"그와 같이 중생들이 인간 몸을 받는다는 것은 마치 손에 들어있는 한 줌 흙과 같고 지옥, 아귀, 축생의 삼악도에 떨어지는 것은 마치 땅위에 있는 흙과 같느니라." 라고 하셨다.
또 초발심 자경문에 나와 있는 비유로는 '맹구우목(盲龜遇木)' 이라. 즉, 눈먼 거북이가 태평양 저 깊은 바다 속에서 삼천년에 한 번씩 수면위로 올라오는데,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널빤지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이라는 이야기다. 널빤지가 한 자리에 있지도 않고 물결 따라서 계속 흘러 다니는데 어떻게 그 널빤지를 만날 수 있겠나?
그것도 자주 물위로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3천년에 한 번씩 올라온다는데, 거기다가 눈까지 먼 봉사 거북이라니
이처럼 우리가 인간의 몸을 받는 것은 참으로 희유하며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처럼 어렵사리 받은 사람의 몸을 너무나 안일하게 보내버린다는 것이 말이 되나?
또 다음생 운운하는데 다음생을 어떻게 기약하나?
오죽하면 옛 스님들의 시구에 '삼계유여급정륜 백천만겁역미진 차신불향금생도 갱대하신도차신' 이라 즉 '삼계가 마치 우물 푸는 두레박줄과 같아 백천만겁의 한량없는 세월을 윤회해 왔도다.
만약 이번 사람 몸 받았을 적에 이 몸을 제도하지 못한다면, 다시 어느 생에 또 인간 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그때 가서 또 어떻게 불법을 만나고 정법에 의지하여 윤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는가!' 라고 하시면서 인간 몸 받았을 때 자신을 제도하여야 된다고 읊으신 내용을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첫 번째 '왜 이렇게 인간 몸을 받기가 어려우며'
두 번째 '인간 몸을 받으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세 번째 '어떻게 해야 자신을 제도(윤회로부터 벗어남)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중생들이 인간 몸을 받기 어려운 까닭은 온갖 욕망을 저버리지 못하고 욕망에 끄달려 한평생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불도를 이야기하고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라 하지만,
실제 눈앞에 벌어지는 오욕락의 경계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은 인간의 마음자리를 가꾸어 나갈 때 인간의 몸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천만 원어치 저축을 한 사람은 천만 원짜리 자가용을 살 수 있지만, 백 만원 밖에 저축하지 못한 사람은 백만 원짜리 오토바이 밖에 살 수 없으며, 심지어 한 푼도 돈을 모으지 못하고 빛을 진 경우에는 자전거 한 대도 사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 밑에서 그 빛을 다 갚을 때까지 노동을 해 주어야 되는 것처럼
가령 돼지처럼 먹고 자는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돼지와 같은 업(행위)을 부지런히 연습했다면, 그 사람이 다음생에 어떻게 다시 인간 몸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자신이 지은 행위(업력)에 따라 중음의 경계에서, 그 사람은 돼지의 우리와 돼지의 몸이 마치 호화찬란한 집과 사랑스런 사람들로 보이게 되어, 돼지의 태를 쫓아 들어가 결국 돼지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개 같은 마음을 연습하면 개의 껍질을 뒤집어쓰게 되며, 독사 같은 마음을 연습하면 독사의 껍질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모든 만법은 '일체유심조' 라 천당도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내고 지옥도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법이다.
두 번째는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중생들이 삼악도에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쉽고 인간 몸은 받기가 너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면, 최소한 5계를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